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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억 中러브콜도 퇴짜…'롤의 메시' 페이커, 한국 남은 이유

기간 : 2023-03-28 ~ 2023-03-28

최고관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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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스포츠 메시라 불리는 페이커 이상혁. 그가 디자인에 참여한 마우스는 완판돼 구할 수도 없다. 김종호 기자


최근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e스포츠 메시’라 불리는 페이커(본명 이상혁)를 만났다. 그는 “10년~15년 동안 최정상 자리에 있는 메시가 카타르 월드컵 우승을 이끄는 모습을 보며 배웠다”며 축구 선수 리오넬 메시(38·아르헨티나)를 언급했다.

페이커는 ‘리그 오브 레전드(LoL·롤)’에서 메시에 버금가는 선수로 통한다. 2009년 미국 라이엇게임즈가 개발한 롤은 5명씩 한 팀을 이뤄 163개 챔피언 중 하나씩 선택해 상대팀 넥서스를 파괴하면 승리하는 PC 온라인 게임이다. 포지션은 탑, 정글, 미드, 바텀, 서포터가 있는데, 미드 라이너인 페이커는 위기에 처한 팀원을 돕는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아마추어 시절 ‘고전파’라는 닉네임으로 이름을 날렸던 페이커는 2013년 SK텔레콤의 T1 입단 제의를 받고 서울 마포고를 중퇴했다. 바꾼 닉네임 ‘페이커(Faker)’처럼 상대를 속이고 화려한 플레이를 펼치면서, 월드 챔피언십(롤드컵) 3회, MSI(미드시즌 인비테이셔널) 2회, LCK(국내리그) 10회 우승을 차지했다. 대부분 프로게이머가 25세면 은퇴하는데, 1996년생 27세 페이커는 2023 LCK 스프링 정규시즌 압도적 1위(17승1패)를 이끌었고, 25일 플레이오프에서는 KT 롤스터를 3-2로 꺾었다. 다음달 9일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는 LCK 우승을 노리고, 전 세계 시청자 2억명이 지켜보고 동시 접속 시청자수가 515만명에 달하는 ‘롤드컵’에서 올해 4번째 우승을 노리고 있다.

지난달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갤럭시23 언팩 행사에서 페이커가 스마트폰으로 게임하는 영상을 내세웠다. 그가 디자인에 참여한 마우스는 완판됐다. ‘스타들의 스타’라 불리는데, 티어가 ‘챌린저’인 축구선수 손흥민(토트넘)과 비 시즌에 만난 적도 있다.




페이커는 FA(자유계약선수)가 될 때마다 중국에서 연봉 2000만 달러(260억원)를 제의 받았지만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상 연봉은 공개할 수 없다”고 했지만 페이커의 연봉은 국내 프로 스포츠 통틀어 1위인 50억원~ 70억원 이상으로 추정된다. 올해 데뷔 10년 차에도 메시처럼 월드클래스를 유지하는 비결은 뭘까. 페이커는 겸손했지만 그 안에 당당함이 느껴졌다.



서울 강남구 T1 사옥에서 만난 페이커. 김종호 기자


 

-중국과 북미에서 거액과 백지수표 제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는데, 작년 12월에 T1과 3년 재계약 했다. 10년 넘게 국내 한 팀에만 머물기로 결정한 이유는.
“아무래도 e스포츠에서 가장 뛰어난 리그인 한국의 LCK에서 계속 경쟁하고 싶었다. 팀원들의 실력도 뛰어나 함께 충분히 우승할 수 있겠다는 마음이 들었다. 팀에서 대우도 잘해줬고, 서로 같은 목표를 향해 나아가는 의미도 분명 있었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도 꾸준히 최정상을 유지하는 비결은.
“열정이 가장 중요한 것 같다. 오랫동안 한 가지 작업과 일에 몰두하다 보면 흥미가 떨어지는 경우가 많은데, 전 꾸준히 게임을 좋아했고 좋아한다. 마음 속에 남들보다 더 잘하고 싶은 승부욕이 있다. 스스로 ‘실력적으로 최고’라고 생각하려 한다. 그래서 힘든 시기가 있었음에도 스스로 진단해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동안의 이뤄낸 성취들은 분명히 실력 외에 외부적인 요소와 운도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우리 혁’이라고 불러주는 팬들의 응원도 힘이 된다.”

-‘e스포츠계 메시’라 불리는데, 작년 11월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승한 메시를 보며 어떤 감정이 들었나.
“아르헨티나와 프랑스의 결승전을 라이브로 봤다. 메시가 이겼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메시 선수도 분명 10년~15년 정도 최정상 자리에 있었다. 연차가 거듭될수록 실력은 물론 리더로서 성장하는 모습이 저보다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첫 월드컵 우승을 이뤄내는 과정을 보면서 응원하고 배웠다.”



-작년 롤드컵 결승전 패배 후 감정을 억제하며 고개를 좌우로 돌려 동생들이 괜찮은지 부터 살폈다. 맏형이자 주장으로 ‘리더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은 무엇일까.
“일단 팀 구성원으로서 승리가 중요하고, 그 승리를 위해 리더에게 가장 중요한 건 실력이라고 생각한다. 리더도 실력 적인 부분에서 본인의 자질을 평가 받는다고 생각한다. 저 같은 경우엔 남을 이끌어주는 게 뛰어나지 않아서, 스스로 발전해서 보여주려고 노력했다. 다른 팀원들도 좋은 퍼포먼스를 보여줄 수 있도록 좀 더 동화되고 화합 하려고 한다.”



페이커는 경기 중에도 자세가 굉장히 안정적이다. 김종호 기자


-컴퓨터로 일하는 직장인 중 거북목이 많다. 반면 계속 앉아 있어야 하는 페이커는 경기 중에도 자세가 굉장히 안정적이다. 비법이 있다면.
“주로 하는 건 스트레칭이다. 가끔 요가도 하고, 음악을 틀고 명상도 한다. 쉬는 틈이 있을 때 머리를 쉬어주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가끔 피아노도 친다 (최근 SNS에 쇼팽의 녹턴을 수준급으로 연주하는 영상을 올려 화제가 됐다).”

-평소 독서도 많이 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추천 도서가 있다면.
“프로게이머를 하다 보면 시간과 여유가 부족한 편인데 독서로 대신해 간접 경험을 한다. 지난해 월즈(월드 챔피언십) 때 며칠에 한 권씩 읽었다. 『행복의 기원(인간의 행복은 어디서 오는가)』이라는 책이 괜찮았고,  『내가 틀릴 수도 있습니다』 책도 많은 도움이 됐다.”

-10년 동안 최정상을 유지하며 논란이나 구설 없이 프로게이머에 대한 인식을 바꿔가고 있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어린 친구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분들이 엄청 많은데, 아무래도 지망하는 이유가 자기가 좋아하는 게임을 많이 하고 싶은 게 클 거라고 생각한다. 우선 그에 맞는 실력이 있어야 하고, 단순하게 좋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여러가지 좋지 않은 면도 따른다는 걸 고려하고 선택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좋아하는 취미라도 ‘일’이 됐을 때 어려움을 겪는 선수들이 많기에 잘 고뇌하길 바란다. 프로게이머는 개인 시간도 없고, 다른 어떤 일보다 집중하고 몰두하는 시간이 길어 정신적인 스트레스가 심하다. 무엇보다도 프로다 보니 1년 내내 남들과 경쟁하고 최고에 오르기 위한 경쟁심이 항상 있어야 한다. 그런 어려움도 있다.”

-3년 전 예능에서 ‘국민 MC’ 유재석에게 질문한 내용이 화제였다. 거꾸로 페이커에게 게임은 일이라고 생각하나. 또 ‘하고 싶은 일’과 ‘해야 하는 일’의 비율은 어느 정도인가.
“최근에 내가 배운 건 ‘하고 싶은 일’과 ‘해야 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다는 거다. ‘해야 되는 일’이라고 하면 당장 하기 싫은 일처럼 느껴질 수 있는데, 관점을 조금만 바꾸면 ‘하고 싶은 일’이 될 수 있다. 퍼센트로 말하기는 모호하지만 지금으로서는 최대한 '하고 싶은 일’처럼 하고 있다.”



롤드컵은 전 세계 시청자 2억명이 지켜보고 동시 접속 시청자수가 515만명에 달한다. USA투데이=연합뉴스


-프로게이머를 꿈꾸는 아이들을 둔 부모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 있다면.
“우선 프로게이머는 다른 직업과 다르게 객관적인 지표가 있다. 프로 데뷔를 위해 랭크와 티어가 필요하다. 아이가 열정이 있다면 대화를 통해 도와주는 게 방법일 수도 있다. 게임을 하는 자녀가 있으면 갈등이 많은데, 서로 대화하고 이해하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중학교 때 성적이 상위 10% 였는데, 고등학교 때 게임에 전념하기 위해 중퇴를 결심했다.
“집안에서 반대는 없었고 지지해주셔서 (실력을) 더 발휘할 수 있었다. 할머니는 디테일하지는 않지만 게임이 어떤 흐름으로 흘러가는지 아신다. 선생님도 (중퇴를) 반대하지 않았다(페이커는 어릴적 15평 아파트에서 할머니, 아버지, 남동생과 함께 기초생활수급자 가정에서 자랐다)

-한국인은 왜 e스포츠를 잘할까.
“한 나라의 문화와 환경적인 요소가 스포츠에 끼치는 영향이 굉장히 크다고 생각한다. 브라질이 어릴 적부터 풋살을 많이 해서 축구를 잘 할 수밖에 없듯, 한국에는 인재양성 시스템 되게 잘 되어 있다. 바로 ‘PC방’이다. 거기서 꾸준히 선수들이 나와 e스포츠가 발달할 수 있었다. 난 다섯살, 여섯살 때 쯤 집에 컴퓨터가 생긴 게 영향이 컸던 것 같다.”

-ESPN은 “봉준호(영화감독), 손흥민(축구선수), 방탄소년단(가수), 페이커는 대한민국 엘리트4”라고, 중국 시나닷컴은 전 피겨선수 김연아까지 더해 ‘한국의 5대 국보’라 평가했다.
“국보라 불리면 당연히 기분 좋고 영광스럽다. 저 같은 경우에 노력도 있겠지만, 운이나 시대적인 수요가 따라줬다고 생각한다. 내가 대단한 사람이라고 자부심을 가지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바둑 이세돌과 인공지능(AI) 알파고의 대국이 화제였고, 2019년에 AI 알파스타가 스타크래프트2 프로게이머와 대결에서 승리했다. 페이커와 AI와 맞대결한다면 이길 수 있을까.
“나중에는 언젠가 지겠죠(웃음). AI는 나중에 인간보다 앞서 나갈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롤 같은 경우에는 경우의 수가 많고 AI로 흉내 내기 어려운 부분도 있다. 아직 (구글이) AI와 롤의 대결에 그만큼 투자를 하지 않는 것 같다. 결국 질 수도 있겠지만, 그런데 진다면 자존심이 상할 것 같아서…”

-롤은 올해 9월 열릴 항저우 아시안게임 정식종목이다. 다시 국가를 대표해 나선다면 어떨까.
“항상 어떤 대회는 필사적이기는 하지만, 아시안게임은 최초 정식종목이 됐고 더 많은 사람들이 지켜 본다. 국가를 대표해 사명감을 가지고 임해야 하는 중요한 대회라고 생각한다.”

-롤이 시범종목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은메달을 기록했다. 당시 점심으로 식빵 3봉지만 제공되고, 경기가 통신 장애로 중단되는 등 열악한 환경이었다.
“사실 부족하게 (대우를) 받아 본 적이 없어서(웃음). 당시 아시안게임 음식은 원래 이런가 어리둥절했다. 힘들기보다는 되게 신기하고 새로운 경험이었다.”

-다음달에 LCK 결승전이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열리고, 올해 한국에서 열리는 롤드컵에서 4번째 우승을 노려볼 수 있다.
“잠실체육관은 여러 번 대회를 치렀고 좋은 기운이 있을 거라고 생각한다. 롤드컵은 프로선수로서 가장 목표로 하는 대회다. 당연히 올해 우승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특히 국내에서 열려 기대가 된다.”




페이커가 시그니처 포즈인 엄지를 치켜 세우고 있다. 김종호 기자



-e스포츠 선수 중 25세 이상 선수는 13.2%(2021년 기준)에 불과하다. 10대 후반과 20대 초반이 두뇌회전이 가장 빠르고 특히 ‘에이징 커브(나이에 따른 기량을 나타내는 곡선)’가 빠른 종목이기도 하다. 세월의 흐름을 느낄 때가 있나.
“항상 게임만 하고 있으니 신체 활동이 부족하고 여러가지 환경적인 요소들로 인해 기량 하락이 있을 수는 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나이와 기량 하락은 큰 관련이 없다고 생각한다. 과학적인 근거도 딱히 찾기 어렵다. 앞으로 많은 선수들이 30대에도 프로 생활을 했으면 한다.”

-3년 재계약 기간을 다 채우면 첫 롤 30대 프로게이머가 된다. 언제쯤 은퇴할 거라고 생각하는가.
“프로선수들에 대한 데이터가 쌓이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예측은 어려울 것 같다. 앞으로 10년이 더 주어진다면 지난 10년보다 더 발전하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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