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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Inven x T1 아카데미 취미반 체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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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최고관리자 작성일21-12-23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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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을 내고 게임을 배운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게 들렸습니다. 어렸을 적부터 게이머로 자라났고 누구보다 게임을 좋아하지만, 저에게 게임은 배워서 하는 종류의 개념은 아니었습니다. 직접 해보고, 스스로 답을 찾고, 그 과정 속에서 주어진 과제를 해결하면서 즐거움을 느끼는 게 게임의 본질이라고 생각했으니까요.

하지만 조금 더 생각해보면, 우리는 게임을 배우는 게 익숙합니다. 게임이 재미있을 때 가장 먼저 하는 건 관련된 정보를 찾는 일입니다. 게임 사이트에서 공략을 찾아보고, 유튜브를 보면서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마침내 직접 부딪쳐 보는 건 게이머라면 누구나 익숙한 패턴입니다. 통계와 승률까지 살펴보며 가장 최적화된 방법을 찾기도 하죠.

무언가를 배울 때 가장 쉬운 방법은 잘하는 사람에게 배우는 겁니다. 특히, 리그 오브 레전드 같은 게임은 프로 선수에게 직접 무언가를 배운다는 게 흔치 않은 일입니다. LCK 소속 프로게임단 T1의 주전이었던 선수가 내 플레이를 살펴봐주고 조언을 해준다면, 그 피드백의 가치는 과연 얼마일까요?

LCK 프로게임단 T1이 최근 아카데미를 개설했습니다. T1 아카데미가 운영하는 프로그램에는 프로 지망생 뿐만 아니라 일반인들을 위한 취미반도 있는데요. T1 측에서 저희 인벤 e스포츠팀 기자 다섯 명에게 취미반 수업을 체험할 기회를 제공했습니다. 덕분에 T1 탑 라이너로 활약했던 ‘운타라’ 박의진 선생님께 직접 게임을 배워볼 수 있었습니다.


T1 사내팀과 내전 예정! 인벤 '운타라' 팀의 운명은?
프로 선수의 이론을 배워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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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녕하세요. 오늘 강의를 맡게 된 ‘운타라’ 박의진입니다.
강의실의 문이 열리고 ‘운타라’ 선생님이 들어오셨습니다. 기자와 선수로서가 아닌, 선생님과 제자로 만나니 전에는 느끼지 못했던 긴장과 설렘이 동시에 느껴집니다. 프로 선수에게 롤을 배운다니… 왠지 이 수업이 끝나고 협곡으로 가면 다이아 티어를 만나도 만만하게 보일 거 같고, 선생님 앞에서 CS 하나라도 더 챙겨서 칭찬받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운타라’ 선생님은 저희에게 한 시간 정도 수업을 들은 후, 실습을 위해 T1 사내 팀과 내전을 벌일 예정이라고 전해주셨습니다. 회사 vs 회사의 명예가 걸린 대결이 예정된 만큼 절대 질 수 없다는 생각입니다. T1전 승리를 위해 운타라 선생님의 강의를 놓치지 않고 모두 듣겠다는 배움의 의지가 불타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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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CK 운영 따라잡기 - T1 영업 비밀 푸는 '운타라' 선생님
내전을 앞둔 수업은 중, 후반 운영에 집중해서 진행됐습니다. ‘운타라’ 선생님께서는 라이너들이 숙지해야 하는 운영 방법을 포지션 별로 알려주셨습니다. 일부는 우리가 잘 아는 내용도 있었지만 ‘이런 디테일까지 신경 쓴다고?’라고 느낄 만큼 세세한 부분도 있었습니다.

중, 후반 운영에서 가장 비교가 많이 된 포지션은 봇 라이너와 서포터였습니다. 원거리 딜러의 운영은 단 두 줄로 요약이 됐지만, 서포터는 한 페이지를 빽빽하게 채울 정도로 많은 임무가 주어졌습니다. 또, 한 라이너의 움직임에 따라 팀 전체의 이동 방향이 달라져야 한다거나 포지션 별 동선까지도 정해진 게 흥미로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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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운 이론은 실전에서 어떻게 적용될까? 시청각 자료로 실제 LCK 경기가...


‘운타라’ 선생님은 우리에게 가르쳐 준 이론이 실제 경기에서 어떻게 적용되는지 영상을 통해 알려주셨습니다. 우리가 익히 아는 선수들의 플레이 화면을 보니 시청각 시간이 더욱 재미있게 느껴졌습니다. 이론대로 정확하게 움직이는 프로 선수들의 모습이 신기합니다.

1시간가량의 이론 및 시청각 수업이 끝나고, 곧이어 치를 T1과의 내전을 위해 밴픽 전략 회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운타라’ 선생님은 우리의 챔피언 풀과 선호 챔피언을 확인한 뒤에 AD&AP 밸런스, 팀 조합의 안정성, 챔피언 캐리력의 기대치 등을 계산하여 우리 팀의 챔피언 우선순위를 정해주셨습니다. 우리 팀의 전략 방향성을 정하고 챔피언 티어를 빠르게 정리해가는 ‘운타라’ 선생님을 보니 프로 선수들의 밴픽 노하우가 느껴집니다.


이제는 실전이다! 인벤 e스포츠팀 vs T1 사내팀 내전 돌입

지고 싶지 않은 겜돌이들의 처절한 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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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잘 부탁드립니다!”
불타오르는 승부욕을 숨긴 채, 인사를 나눈 인벤 e스포츠팀과 T1 사내팀은 내전에 들어갔습니다. 밴픽 창이 열리고 본격적으로 게임이 시작되자 몸속에 아드레날린이 빠르게 도는 느낌입니다.

밴픽 시작부터 T1이 저희 팀의 1티어 챔피언 퀸을 잘랐습니다. 다행히 ‘운타라’ 선생님도 상대 팀의 티어 리스트를 이미 알고 계셨습니다. ‘운타라’ 선생님은 상대팀 에이스인 정글에 밴을 집중한 뒤, 우리 팀의 티어 리스트에 맞춰서 밴픽을 완료해줬습니다.

밴픽이 끝나고, ‘운타라’ 선생님은 탑 라이너에게 다가가 세부적인 지시를 해줍니다. 그리고 우리 팀의 기운을 불어 넣어주기 위한 말들을 전한 뒤 “하나, 둘 셋, 화이팅!”을 외치고 강의실을 나갔습니다. 본격적으로 협곡에 소환된 인벤 e스포츠팀, 필승을 다짐하며 약속된 포지션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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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쉽지 않게 흘러가는 1세트 경기('운타라' 선생님은 피드백 준비중)
차분하게 시작했던 우리는 조금씩 경기에 빠져 들었습니다. 티어 차이가 조금 있었음에도 나쁘지 않은 초반을 보낸 우리 팀은 첫 번째 분기를 맞이했습니다. 첫 번째 전령을 적 신 짜오가 사냥하고 있었고, 우리 팀은 싸울지 말지를 결정해야 했습니다.

“이거 어떻게 해? 싸울까? 말까? 응? 응? 싸워? 말아?”

라이너의 판단을 쉬지 않고 묻는 정글러와 때마침 1:1 교전을 시작해서 대답을 할 수 없었던 미드 라이너, 말보다 손이 앞서 전령으로 향했던 탑 라이너가 합쳐지면서 2대 1 킬 교환에 전령까지 빼앗기는 참사가 났습니다. 불안감이 살짝 올라왔지만, ‘운타라’ 선생님의 말씀을 기억하며 다시 경기에 집중합니다.

비등했던 경기 흐름은 조금씩 T1 쪽으로 기울었고, 결국 인벤 e스포츠팀의 넥서스가 먼저 터져 버렸습니다. 분명히 할만한 부분이 있었고 나쁜 흐름은 아니었습니다. 다만, 아쉬웠던 판단이나 부정확한 콜이 있었고, 개인의 실수도 경기에 영향을 줬습니다. 무엇보다 막상 경기에 들어가니 조금 전 배웠던 이론을 적용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흘러가는 대로 경기를 한 것만 같아 아쉽기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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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드백을 위해 강의실로 돌아온 ‘운타라’ 선생님
‘운타라’ 선생님은 제일 먼저 경기를 어떻게 느꼈는지 물어봤습니다. 이후에는 밖에서 경기를 보며 체크했던 분기점들을 하나씩 설명해줬고, 우리가 어떤 부분이 부족했는지 이야기해줬습니다.

우리 스스로도 문제라고 느꼈던 전령 싸움 부분이 가장 먼저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이 시점에 어떤 판단으로 싸움이 시작되었는지 확인한 ‘운타라’ 선생님은 우리가 왜 싸우지 말았어야 했는지 근거를 차근차근 설명해줬습니다. 이 외에도 바텀 텔레포트 합류로 시작된 싸움, 드래곤 한타에서 포지션 등을 설명하며 차분하고 부드러운 피드백으로 우리를 달래줬습니다. 칭찬을 받은 팀원도 있었습니다. 프로에게 칭찬을 받았다는 기쁨이 엿보이는 팀원, 조금 부러웠습니다.

‘운타라’ 선생님은 곧바로 피드백을 반영해 2세트 밴픽 전략을 짜주셨습니다. 이번에는 초반에 더 공격적으로 하기로 약속하고 이에 맞춰 챔피언을 조정했습니다. 이번에는 꼭 이기겠다는 생각으로 2세트에 돌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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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세트 결과는… 더 빠른 패배
2세트 흐름은 1세트보다 더 아쉬웠습니다. 챔피언 픽대로 빠르게 초반 주도권을 가진 우리는 승부를 보기 위해 바텀 다이브를 시도했습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타워 어그로 관리에 실패했고 킬 하나를 더 내주는 사고가 터졌습니다. 초반이 중요했던 조합이 사고가 터지니 힘이 빠르게 빠졌습니다. 중반 이후부터는 점점 강해지는 상대 조합을 버티지 못했습니다.

‘운타라’ 코치는 2세트 경기의 피드백으로 타워 어그로에 대한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다이브 단계에서 어떤 방식으로 어그로가 나뉘었어야 했는지, 또 그 과정에서 어떻게 콜을 주고받았어야 했는지가 주로 다뤄졌습니다.

두 번의 세트를 치르면서 T1 사내팀의 운영이 우리보다 두 수는 높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라인전 단계에서는 비슷해도 중반 이후부터 싸움을 이겨도 손해를 보는 경우가 있었고, 싸움을 졌을 때는 생각보다 더 큰 스노우 볼이 굴러왔습니다. ‘운타라’ 선생님은 T1 사내팀은 취미반 수업을 들은 지 한 달 정도 지났고, 그동안 호흡도 꽤 자주 맞춰왔다는 이야기를 해줬습니다.


패배, 그럼에도 재미있었던 T1 아카데미 취미반 수업
이런 분들에게 추천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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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카페라테처럼 마일드한 ‘운타라’ 선생님의 피드백
내전 두 번을 모두 패배한 점은 아쉬웠지만, T1 아카데미 취미반 수업 자체는 굉장히 재미있었습니다. T1 사옥 바로 옆에 있는 아카데미에서 선수들이 쓰는 장비로 게임을 하고, 프로 선수였던 선생님의 강의를 듣고, 실제 경기처럼 밴픽 전략과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통해 선수들의 경험을 간접적으로 체험해본 건 특별했습니다.

T1 아카데미 취미반 수업은 4주(주 1회, 3시간) 동안 진행되며 수강료는 40만 원입니다. 개인적으로 느낄 때는 게임과 e스포츠를 좋아하고,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는 직장인, 그리고 뜻이 맞는 친구들과 함께 게임을 진지하게 해보고 싶은 대학생, 혹은 게임 동아리 사람들과 함께 강의를 듣는다면 굉장히 재밌게 들으실 듯합니다.

직장인 e스포츠 대회 같은 각종 아마추어 대회에서 입상을 노리는 팀에게도 좋은 수업입니다. 입상을 노리는 팀이 프로 선수에게 경기에 대한 피드백과 강연을 듣는 건 큰 도움이 될 겁니다. 특히, 대회를 나갈 정도로 게임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수업료가 아깝지 않을 만큼 재미를 느끼실 듯합니다.

T1 아카데미를 나서며 기회가 된다면, T1 사내팀과 다시 한 번 리벤지 매치를 붙여달라고 요청했습니다. 감사하게도 T1측에서는 다음에 ‘운타라’ 선생님의 카페라테맛 강의 대신 ‘피글렛’ 선생님의 마라곱창탕맛 강의도 들어보겠냐고 이야기해주셨습니다. 다음에는 과연 T1 사내팀과의 내전을 이길 수 있을까요? 매콤한 ‘피글렛’ 선생님의 피드백이 예상되어 불안한 퇴근길이었습니다.



김병호 기자 (Haao@inv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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